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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로 당첨되어 받은 엔도 슈사쿠의 단편 선집이다. 그림자, 잡종견, 6일간의 여행, 노방초, 나른한 봄날의 황혼, 분장하는 남자, 흙먼지, 만약, 총 8편의 작가의 자전적 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다. 단편 소설 속에서 작가 엔도의 유년시절, 성장 과정, 부모님과의 관계 같은 작가의 삶의 편린이 산재해 있는데, 단편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들(신실한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원망, 잡종견, 폐렴 등)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로 꾸며진 내용인지 구분할 힘이 없는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역자가 후기에서 작가 엔도의 삶을 다룬 글을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올 초에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과 [사해 그 부근에서]를 읽었는데, 침묵에서 등장하는 로드리고 신부의 모습과 첫 번째 단편 그림자에서 등장하는 '당신'가 왠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약함, 나태함, 야물지 못함을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용납하지 못하는 자신감에 넘치는 젊은 신부 '당신'의 모습 위로, 신앙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며 일본으로 밀입국한 로드리고 신부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이 둘은 결국 스스로 신부직을 거두고 결혼하는 결말마저도 닮았다. 그렇다면 이 단편 속의 작가 엔도로 추정되는 '나'는, [침묵] 속 신념 강한 사제를 동경하고 그를 계속해 찾아가던, 나약하고 비굴한 일본인 기치지로인 것일까.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단편은 [만약]이다. 다루고 있는 소재나 문체 등은 평범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가 가족 외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싶다던 그 문단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다른 소설가도 이런지 어떤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내 소설을 못 보게 하고, 읽지 못하게 한다. (…) 나의 이러한 생활 태도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의 인생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에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의 인생을 스쳐 갔기에, B의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휘어버리는 일이 있다. |
